촌장 이형로씨와 김저운 부부

“情·興 넘치는 마을 만들 것”

이형로(오른쪽)·김저운씨 부부는 ‘서학동 예술마을’의 촌장이자 사랑방의 주인이다. 마을에 처음 입주한 죄(?)로 예술인들의 리더이자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이들이 사는 ‘벼리채’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날엔 찻잔 32개를 씻기도 했다.

부부는 다른 예술인들과 더불어 살면서 창작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한다. 남편은 악기를 타고 부인은 글을 짓는다.

이씨는 모던민속밴드인 ‘놉’의 대표다. 피아노와 기타 등 웬만한 악기는 다 다룬다. 판소리까지 배웠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도 섰다. 다음 달엔 새 앨범을 내고 10월엔 정기공연도 할 계획이다.

김씨는 고교 선생님이다. 학생을 가르치며 마을과 사람 이야기를 소설과 수필 등에 담담하게 풀어왔다. 이달 말 명예퇴직한 뒤 글쓰기에 전념할 계획이다.

부부는 너른 마당에서 봄·가을 작은 음악회를 연다. 함께 만든 노래도 20곡이 넘는다.

“최근 독특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동네앨범’ 제작이죠. 한 사람이 한 곡씩 자신의 노래를 갖자는 운동입니다.”

이씨는 23일 “예술인들이 쓴 글에 곡을 붙여 선물한 뒤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다”며 “이미 10명쯤 녹음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마을이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어 고맙다고 했다. 앞으로 작은 정(情)과 흥(興)이 오가는 ‘사람 냄새나는 마을’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큰 걱정거리도 있다. 터무니없이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입주를 희망하는 예술인들이 답사를 하고 있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부부는 마당 한쪽에 별채를 내서 민박을 하고 있다. 다른 서너 명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경제적 문제도 보충하는 한편 외지인에게 마을도 알리자는 뜻에서다.

이씨는 “마을에 아트마켓이나 문화센터 등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계획은 작가들만의 노력으론 부족하다.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교육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마을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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